우리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시간 속에는 분명히 '일하는 시간'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일하는 시간'이 실제로 법적으로 인정받는 근로시간인지, 아니면 단순히 관행이나 분위기에 따라 소모되는 시간인지는 많은 직장인들이 헷갈려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조기 출근, 회식, 사내 교육, 대기 시간, 휴게시간 중의 업무 지시 등은 과연 법정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근로시간은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임금, 복리후생, 나아가 건강권과 직업생활의 균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근로기준법은 제50조에서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하는 연장근로는 엄격한 요건을 전제로 허용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명확히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노동청 민원, 분쟁, 소송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법정근로시간’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실무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쟁점을 조문과 판례를 토대로 정리하여 누구나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합니다.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가 근로시간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권리 보호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1. 근로시간의 법적 규율 체계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 소정근로시간, 연장근로시간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각 시간의 법적 성격과 한계를 규율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임금 산정과 근로조건 보호의 출발점입니다.
1) 법정근로시간 (Statutory Working Hours)
근로기준법 제50조는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정근로시간'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가 법률로써 정한 근로시간의 최장 한도로서,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입니다. 이 기준을 초과하는 근로는 원칙적으로 연장근로에 해당합니다.
2) 소정근로시간 (Scheduled/Contractual Working Hours)
'소정근로시간'이란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8호에 따라 법정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무하기로 합의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일 7시간, 1주 35시간으로 계약했다면 이것이 소정근로시간이 됩니다. 이 시간은 통상임금, 주휴수당 등 각종 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므로 근로계약서에 명확히 기재되어야 합니다.
3) 연장근로시간 (Overtime Hours)
'연장근로시간'은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를 의미합니다.
근로기준법 제53조에 따라 연장근로는 반드시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하며, 1주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주 52시간이 현행법상 근로시간의 최장 한도가 됩니다. 또한, 사용자는 연장근로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56조에 의거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합니다.
2. 근로시간 판단의 핵심 기준: 사용자의 지휘·감독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법적 기준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종속되어 있는 시간인지 여부입니다. 이는 계약서상의 명칭이나 형식과 무관하게, 노무 제공의 실질적인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제3항은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명시하여 이 원칙을 법률로써 확립하고 있습니다. 이는 근로시간이 단순히 육체적·정신적 활동을 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아래에 둔 실질적인 구속 시간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임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지시를 기다리거나 받는 상태, 또는 사용자의 통제 하에 있는 특정 공간에서 자유로운 활동이 제약되는 상태를 포괄합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근로기준법 제54조제2항이 보장하는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간입니다. 만약 근로자가 특정 시간 동안 장소적으로 구속되어 있고 즉각적인 업무 지시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이는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휴게시간이 아닌, 지휘·감독하의 대기시간으로서 근로시간에 해당합니다.
또한, 사용자의 지시는 명시적인 명령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지시도 포함됩니다. 사용자가 특정 준비·정리 행위가 업무에 필수적임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했다면, 이는 묵시적 지휘·감독하에 이루어진 근로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특정 시간이 근로시간인지를 판단하는 최종 기준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3. 지휘·감독 기준의 구체적 적용 사례
사용자의 지휘·감독 원칙은 실무상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다음은 근로시간 해당 여부가 자주 문제 되는 대표적인 사례들과 그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입니다.
1) 대기시간
근로기준법 제50조제3항은 명문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업무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사용자의 지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특정 공간에서 자유로운 이용이 제한된 채 기다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판례는 운전기사의 대기시간, 병원 당직 의사의 휴게 중 호출 대기시간, 매장 직원의 고객 대기 시간 등을 근로시간으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2) 업무 관련 교육시간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참석하도록 한 직무 관련 교육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합니다. 교육 불참 시 인사상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거나, 해당 교육이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경우라면, 이는 사용자의 명시적·묵시적 지휘·감독하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반면, 근로자 개인의 자기계발을 위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교육은 근로시간으로 산정되지 않습니다.
3) 업무 준비 및 정리 시간
업무의 시작 전후에 이루어지는 준비 및 정리 시간 역시, 그것이 본래의 업무 수행에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고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서 이루어진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안전장비·유니폼 착용, 기계 점검 및 예열, 작업장 청소 및 인수인계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명시적 지시가 없었더라도, 이러한 행위가 업무 수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사용자가 인지하고 용인했다면 묵시적 지휘·감독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워크숍, 세미나, 회식 등
워크숍이나 세미나는 그 목적과 참여의 강제성 여부에 따라 판단됩니다. 업무 관련성이 높고 사실상 참석이 의무화된 경우라면 근로시간의 연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식의 경우, 조직의 단합과 친목 도모를 위한 자율적 참여 행사라면 근로시간이 아니나, 사용자가 참석을 강제하고 불참 시 불이익을 주거나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 필요에 따른 사용자의 지시로 이루어지는 고객 접대는 명백한 근로시간에 해당합니다.
4. 위반 시 제재 및 적용 예외
1) 법적 제재
2) 적용 예외
5. 자주 묻는 질문(FAQ)
Q1. 법에서 정한 '근로시간'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A1.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업무를 위한 대기시간, 교육시간 등 사용자의 통제 하에 있는 모든 시간이 포함됩니다.
Q2. '법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은 어떻게 다른가요?
A2. 두 개념은 다음과 같이 다릅니다.
- 법정근로시간: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라 법으로 정해진 최대한의 근로시간을 말하며,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 소정근로시간: 법정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서로 일하기로 합의한 시간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 7시간, 주 35시간 근무하기로 계약했다면 이것이 소정근로시간이 됩니다.
Q3. 연장근로는 최대 몇 시간까지 가능한가요?
A3. 연장근로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1주에 12시간을 한도로 가능합니다. 따라서 1주 최대 근로시간은 기본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52시간이 됩니다.
Q4. '휴게시간'은 반드시 주어야 하나요?
A4. 네, 의무사항입니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부여해야 합니다. 이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Q5. 1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에게도 근로시간 규정이 적용되나요?
A5.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기본 근로시간 제한은 적용됩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18조제3항에 따라 4주 평균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게는 연장근로 가산수당, 주휴일, 연차유급휴가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Q6. 업무 시작 전 준비시간이나 업무 후 정리시간도 근로시간인가요?
A6. 네, 근로시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업무 시작 전에 작업 준비를 하거나, 업무 종료 후 뒷정리를 하는 시간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시간으로 보아 근로시간에 포함됩니다.
Q7.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나 콜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나요?
A7. 네, 포함됩니다.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으면서 언제든지 업무 지시에 대응해야 하는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봅니다.
Q8. 회사가 의무적으로 참석하라고 한 교육이나 워크숍 시간은 근로시간인가요?
A8. 네, 근로시간에 해당합니다. 사용자의 지시나 의무에 따라 참여하는 교육, 세미나, 워크숍 등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됩니다.
Q9. 회식은 근로시간에 포함되나요?
A9. 원칙적으로 포함되지 않습니다. 회식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이나 단합을 위한 활동으로, 사용자의 강제성이 없고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 없다면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Q10. 출장 시 이동 시간이나 출장지에서의 근로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A10.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원칙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봅니다. 다만, 업무 수행을 위해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할 필요가 있다면, 그 업무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인정합니다.
Q11.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무엇인가요?
A11. 일이 많은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서 일정 단위기간 동안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40시간)에 맞추는 제도입니다.
Q12. '선택적 근로시간제'란 무엇인가요?
A12. 1개월 이내의 정산기간을 평균하여 1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가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을 자율적으로 결정하여 근무하는 제도입니다.
Q13. '간주근로시간제'는 어떤 경우에 적용되나요?
A13. 출장 등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적용됩니다. 이 경우, 소정근로시간 또는 업무 수행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Q14. '재량근로시간제'는 어떤 업무에 적용되나요?
A14. 업무의 성질상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에 적용됩니다.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정보처리시스템 설계·분석, 디자인·고안 업무 등이 해당되며,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으로 합의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봅니다.
Q15. 모든 업종에 근로시간 제한이 동일하게 적용되나요?
A15. 아닙니다. 육상운송업, 항공운송업, 보건업 등 일부 특례 업종의 경우,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 시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시작 전까지 11시간 이상의 연속 휴식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Q16. 18세 미만 연소자의 근로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A16. 15세 이상 18세 미만인 연소자의 근로시간은 1일 7시간, 1주 35시간을 초과하지 못합니다. 다만,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1일 1시간, 1주 5시간 한도로 연장할 수 있습니다.
Q17. 임신 중인 근로자에게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나요?
A17. 아니요, 절대 불가능합니다. 「근로기준법」 제74조제5항에 따라 사용자는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에게 시간외근로(연장근로)를 시켜서는 안 됩니다.
Q18.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무엇인가요?
A18.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에 있는 여성 근로자가 신청하는 경우, 사용자는 임금 삭감 없이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해야 합니다.
Q19. 출산한 지 1년이 안 된 여성 근로자의 연장근로에도 제한이 있나요?
A19. 네, 제한이 있습니다.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이 있더라도 1일에 2시간, 1주에 6시간, 1년에 15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근로를 시킬 수 없습니다.
Q20.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한 사업주는 어떤 처벌을 받나요?
A20. 위반 내용에 따라 처벌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주 52시간 상한을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미지급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6. 결론
근로시간의 산정은 임금, 특히 연장근로수당 지급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사안입니다. 사용자는 단순히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실질적인 지휘·감독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부수적 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여 관리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임금체불 문제는 물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